어디까지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며칠 전, 지인의 초대 덕분에 성곡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박형렬 작가의 땅, 사람, 관계 탐구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광화문역 혹은 경복궁 역에서 좀 걸어가야 하는 곳인데요. 날씨가 걷기 좋아서 산책 겸 이곳으로 향했습니다.
성곡미술관은 세 개의 전시관과 야외 조각 공원을 갖추고 있는 근사한 미술관입니다. 광화문 근처에 좋은 미술관이 정말 많지만 성곡미술관도 빠지지 않죠. 특히 티켓이 있으면 출입할 수 있는 야외 조각 정원과 그 안에 갖춰진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카페 이용은 불가능하지만 야외 조각공원은 이용 가능합니다. 덕분에 조각은 물론이고, 나무가 가득한 산책로를 걸을 수 있어요.
성곡미술관 안의 산책로를 걷다가 그 안에 진 그늘이 예뻐서 찍어봤어요. 그날따라 산들산들 부는 바람은 또 어찌나 시원한지. 요즘은 정말 산책하기 좋은 날씨인 거 같아요. 더 더워지기 전에 많이 즐겨둬야겠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전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박형렬 작가의 작품은 공산품으로 자연을 가둘 수 있느냐에 대해 묻습니다. 그게 얼마나 의미없는 행동인지 작품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나무를 실로 묶어서 당기는가 하면, 바위를 랩으로 감아둡니다. 혹은 땅을 가두기 위해서 유리관에 흙을 담기도 하죠. 뜻없는 이 행동들 사이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우리에게 천천히 스며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형상연구_땅#21을 비롯한 이 시리즈가 좋았어요. 사실 작가의 뜻은 잘 모르겠고^.^;; 이 시리즈는 땅에 여러 겹의 삼각형이 덧입혀져 있습니다.
땅 시리즈 중에는 이 삼각형 안에서 첼로 연주를 하는 영상 작품이 있습니다. 사실 대단한 생각을 한 건 아니고, 바이올린을 배울 땐 사선으로 놓인 발의 일직선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주 듣거든요. 첼로는 악기와 연주자의 자세와 관련하여 삼각형의 균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 내용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연주자의 발, 악기의 발, 삼각형의 모양을 집중하며 봤습니다.
그리고 전시를 보는 내내 이 첼로 연주를 들을 수 있어요. 조용한 전시회관에 약간의 긴장감을 품은 음악이 계속 깔리니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더 올라가는 기분이 듭니다.
멀어진 적도 없고, 오히려 가깝기만 했던 현대미술
티스토리를 열고 얼마 안 됐을 때 올렸던 영화 후기와 지금의 영화 후기, 전시 후기 등을 비교해 봤습니다. 웹에 글을 올리는 것이니 적당한 선에서 글로 옮겨 적긴 했지만, 저는 저를 알기에 저 정도의 표현을 글로 적었다면 당시에 어떻게 생각했을지 알겠더라고요. (ㅋㅋㅋ
그땐 머리에 화가 많이 차있었을까요? 😂😂 비판적 수용이라는 말로 너무 많은 것을 감싸려 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영화든 전시든 최대한 좋은 말을 많이 쓰려 합니다. 해당 작품에 대한 비판은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니까요. 보고 온 사람은 뭐든 올릴 수 있는 법이고 저는 좋은 점을 좀 더 보려 한다는 차이 정도겠지요.
저는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려 하는 것보단 좋은 점을 좀 더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렇게 전시나 영화를 보는 자세를 바꿨더니 훨씬 더 나았어요. 모든 점이 다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
성곡미술관의 박형렬 작가 전시는 6월 5일까지입니다. 혹시 광화문 근처에 갈 일이 있는 분들은 한 번 가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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