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아의 딸'을 보고 왔습니다.
요즘 극장에 문턱이 있으면 닳아질 정도로 자주 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개봉하지 못했던 여러 영화들이 쏟아지듯 개봉하고 있기 때문이죠. 개봉 일자를 확인해 보니 8월까진 극장에 자주 갈게 될 것 같더라고요.
6월에 본 여러 영화들 중 기억에 남았던 '경아의 딸'에 대한 짧은 감상을 써보려 합니다. 영화를 검색해 보면 나오는 소개는 이러합니다.
홀로 살아가는 경아에게 힘이 되어주는 유일한 존재인 딸 연수는 독립한 뒤로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헤어진 남자친구가 유출한 동영상 하나에 연수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리고 이 사건은 잔잔했던 모녀의 삶에 걷잡을 수 없는 파동을 일으키는데… “엄마 탓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
이 소개만 봐도 아시겠지만 이별 통보에 전 남자친구가 사생활을 담은 비디오를 유출하면서 무너진 인물들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소개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죠.
이 영화는 비극적인 일을 겪은 경아의 딸, 연수의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 제목이 경아의 딸인데에 이유가 있죠. 연수의 어머니인 경아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으로부터 가정을 지켜야 했고, 그 과정에서 혹독한 일을 겪습니다.
그 시절의 경아에게 가해졌던 물리적, 사회적 폭력과 현재의 연수가 겪고 있는 일들이 우리의 눈앞에 겹쳐집니다. 모녀라는 관계를 통해 폭력의 세대적 되물림을 돌아보게 만들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날 힘을 얻습니다.
그 과정이 억지로, 꾸역꾸역 쥐어 짜낸 결과라 할지라도 연수는 무너지지 않으려 합니다. 피해자인 자신의 삶이 이대로 끝나지만은 않는단 걸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어떤 관객은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좋기만한 영화를 만드려다 보니 애매한 작품이 나왔다는 평도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지점에는 동의합니다만, '이런 영화'가 꼭 르포처럼 모든 아픔을 낱낱이 까발려야만 할까요?
저는 만들어낸 이야기가 가진 힘은 여러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겐 전자의 설명과 같은 영화가 필요할지도 모르죠. 그렇기에 영화 '경아의 딸' 역시 어딘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야기일 겁니다.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도 많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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