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개막작
며칠 전 영화 '멘'을 보고 왔습니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보러 가려 했으나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가지 못했는데 극장에서 빨리 볼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영화 '멘'은 알렉스 가랜드가 감독을 맡고 제시 버클리, 로리 키니어가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특히 로리 키니어는 1인 9역을 맡아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일단 공식 영화 소개를 볼까요?
남편의 죽음 이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국 시골 마을을 찾은 '하퍼' 어느 순간부터 집 주변의 숲에서 온 정체 모를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공포에 질린 '하퍼'는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경찰관, 목사, 바텐더, 심지어 어린 소년까지 그들 모두 기묘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 영화는 하퍼(제시 바클리 역)이 남편의 죽음을 겪기까지의 과거와 휴양 겸 여행을 온 일종의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현재를 교차로 보여줍니다. 영화의 시작은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남편의 죽음으로 상처받은 하퍼가 휴양을 위해 낯선 집을 예약하고, 낯선 동네를 겁 없이 구경하러 다닙니다. 그러던 중 오래된 철로를 발견하죠. 하퍼가 낸 소리가 메아리치며 되돌아오는 철로와 터널 속에서, 그녀는 아이처럼 노래짧게 허밍합니다.
울려퍼지는 음을 듣는데, 터널 저 끝에서 무언가 움직입니다. 그것을 피해서 도망치는 하퍼의 눈앞에 더욱 더 깜짝 놀랄만한 존재가 훨씬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영화가 시작됩니다.
영화 '멘'을 담고 있는 화면
이 영화는 화면의 색감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하퍼가 휴식을 위해 찾아간 게스트 하우스와 그 주변의 풍광을 비춰줄 때 그 신록과 하늘의 푸르름이 보는 이의 마음마저 달래줍니다. 이 영화의 장르가 공포임을 잊을 정도로 깨끗한 색감으로 말이죠.
그러다가 대개 공포영화가 그러하듯 예기치 않은 인물의 등장과 동시에 내가 무엇을 보러 온 것인지 상기시킵니다. 로리 키니어가 맡은 9인의 역할이 하나씩 등장합니다. 그와 동시에 화면에 잿빛이 얹어지는데요. 이건 하퍼의 심경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이 영화는 남성과 여성에 대해서 읊습니다. 로리 키니어가 맡은 역할은 각각의 직업 속에서 사회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무시하고 억압할 때 쓰는 표현들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정말 그런 1차원적인 걸 공포 요소로 말하고자 한 걸까요?
저는 관객의 생각이 깊어지는 순간부터 영화의 2막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갈 즈음부턴 약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재미없거나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나오는 웃음이 아닙니다. 또 저만 그런 걸수도 있고요. 아마도 모든 사건이 끝난 뒤에 하퍼가 웃는 것과 같은 이유겠지요.
영화 제작사 A24의 행보
이런 분위기의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제작사가 A24일 때 크게 기대하곤 합니다. 항상 언급되는 유전, 미드소마 말고도 가장 최근엔 램 등의 볼만한 영화가 많았죠. 저도 그런 의미에서 제작사가 A24일 땐 평균치 이상의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멘' 역시 기대를 져버리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영상물로서의 재미도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술 방식에서의 아쉬움은 조금 남아요.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겠지만요!
요즘은 공포 영화가 단순히 귀신이 나오고, 관객을 놀래키는 것보단 그것을 활용해서 현실적인 공포와 마주하게 만드는 영화가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때론 이건 장르가 공포보단 현실고발이어야 하지 않냐, 싶은 영화들도 있지요. 씁쓸하게도요.
그래도 '멘'은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큰 화면으로 보시는 걸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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