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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보고듣고

서로의 욕망을 심판관의 양손저울에 올려라 - 다큐 '슈퍼리그 : 축구의 종말'

by 바다라임 2022. 7. 18.

누구의 욕망이 더 크고, 더 중요한가

 

작년 초, 많은 해외 축구 팬들을 놀라게 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바로 '슈퍼리그'에 관한 소식이었죠. 몇몇 메가 클럽들을 필두로 '슈퍼리그'가 창설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0809시즌부터 해외축구를 봐온 저는 이번 소식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UEFA와 축구클럽, 축구 팬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표출될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요.

 

그전에, 슈퍼리그란 뭘까요? 해외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이번에 내한한 토트넘, 박지성 선수가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등 유명한 클럽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메가 클럽들이 '매주 우리끼리만 경기하는 특급 리그를 창설할 거야!'라는 취지에서 만든 게 슈퍼리그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다른 이유들을 전부 생략하고 유럽 축구는 강등과 잔류, 우승으로 클럽을 지킵니다. 강등이 없는 리그는 경쟁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유럽 스포츠의 기반이죠.

하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그들은 강등을 굳이 왜 해야 하냐는 게 기본 마인드죠. 대신 파이널 우승을 향해서 많은 경기를 치릅ㅂㅂ니다. 마치 피라미드를 올라가는 것처럼요.

 

슈퍼리그는 이 유럽 축구에 미국인 자본가의 마인드가 덧씌워졌습니다. 스포츠를 대하는 마인드 자체가 완전히 다른 거죠. 원래도 미국 자본이 스포츠에 파고드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가 그 방식이 혐오감을 일으키고, 유럽의 리그 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이기에 슈퍼리그를 반대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슈퍼리그 : 축구의 종말 포스터

 

 

 

욕망은 어디로 향하는가

 

이전부터 축구판에선 모든 자본이 PL (영국 프로 축구 리그)로 쏠려가고 있단 말이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팀들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했죠.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피언스 리그로는 불충분했을 겁니다. 경기 수도 많지 않고, 메가 클럽 기준에선 너무도 작은 팀들과 하는 경기가 자신들의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에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테니까요.

 

이런 문제가 코로나의 창궐로 인해 더욱 크게 부각됩니다. 많은 팀들이 중계권 수익에만 매달리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다른 부가적 수익은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는데 PL의 최하위 팀이 받아 가는 수익과 타 리그의 상위권 팀이 받아 가는 수익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거죠. 이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규모의 차이 속에서 메가 클럽들의 수장은 다른 생각을 품습니다.

 

'만약 우리끼리 계속 경기를 치른다면 어떨까. 팬들은 그걸 좋아하잖아.'

 

 

누군가는 지겨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재미만으로 따진다면 자본 집약체가 된 메가 클럽들의 주말 경기만을 기다릴 거 같거든요. 뛰어난 감독, 뛰어난 선수들, 기술적으로도 엄청난 중계. 보지 않을 이유가 없죠.

 

수많은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이 다큐멘터리는 슈퍼리그 참여 의사를 밝힌 클럽들을 제외한 클럽의 수장, 리그 관계자 등등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를 실어서 찍은 다큐멘터리가 바로 '슈퍼리그 : 축구의 종말'입니다.

아무래도 슈퍼리그를 가장 반대해온 측의 의견이 담긴 만큼 극단적으로 보이는 표현들도 있지만 저는 정말 흥미롭게 봤습니다. 다른 축구 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

 

해당 다큐멘터리는 왓챠 익스클루시브 영상으로, 왓챠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헛소리

 

축구판에 온갖 광풍이 휘몰아치던 저 때, 개인적으론 페레즈의 선택이 줄줄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말도 안 되는 허풍 반, 진심 반을 섞어서 슈퍼리그 참가 팀들이 챔피언스리그를 안 나감으로써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가치를 떨어뜨렸으면 차라리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ㅋㅋㅋ

아무래도 빅이어를 한 번이라도ㅠ....들어보고 싶어 하는 클럽은 고정적 상위권 중 PL에 더 많으니까요. PSG에게는 아쉬운 소리지만 ^.^;;; 누구든 빅이어를 들고 싶어 한다는 점엔 당연히 동의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니까요.

 

 

 

두 번째론 슈퍼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를 더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전 그게 바로 경기 시간과 방식 조정이라고 판단했어요. 여기엔 클럽들만의 합의가 전부일 순 없었겠죠.

현대인들은 긴 경기 시간을 끊임없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집중력이 길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좋아하는 팀의 경기인데도 45분을 이어서 보면 엉덩이가 들썩거리거든요.

 

정말 슈퍼리그를 북미식 스포츠로 만들고 싶었다면 광고 시간의 증가를 위해서라도 20분 경기, 10분 휴식의 쿼터제를 해보는 건 어땠을까 하는 헛된 상상도 했네요 ㅎㅎㅎ 그럼 경기 시간은 비슷해지고 광고 시간이 늘어나니까 광고주들도 좋아했겠죠? 전부 이뤄질 리 없으니 해보는 상상입니다.

TV보다 방송 시간이 짧은 유튜브가 각광을 받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마저도 짧아져서 틱톡, 유튜브 숏폼 등으로 옮겨가는데 스포츠의 경기 시간을 몇십 년 전과 같이 45분으로 두는 건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싫어하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전 '이왕 사고 칠 거,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라'라는 불구경의 심정이었달까요 😂😂

 

 

 

하여튼 그 홍역을 겪은 유럽 축구판에선 아직도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록 슈퍼리그 자체는 삼일천하조차도 가지 못했지만, 그 이야기가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메가 클럽 회장의 입에서 나왔단 점이 중요하겠죠. 화두를 던졌으니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많은 부분이 고쳐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모두가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 위에 앉은 사람들의 고민 역시 적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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