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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보고듣고

맥거핀임을 아는데 외면할 수 없는 소재들의 향연 - 영화 '로스트 도터' 후기

by 바다라임 2022. 7. 30.

'그때 왜 그랬어요?'라는 말이 필요하지만, 끝까지 말하지 않는 영화

 

 

오랫동안 개봉 소식을 기다려왔던 영화 한 편이 드디어 극장에 걸렸습니다. 바로 '로스트 도터'입니다.

제목만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주인공이 딸을 잃었나. 안타깝게 사망한 딸을 그리워하며 포스터 속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그려진 걸까. 혹은 죽진 않았으나 잃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일까. 제목만 봐도 많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우리의 예상을 비웃듯 흥미로운 예고편을 내놓습니다. 그 안에서 올리비아 콜먼이 이렇게 말하죠

 

자식들이란 끔찍한 부담입니다.

 

애지중지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자식을 낳아본 적 없지만 저 끔찍한 부담인 자식 역할을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해온 바다라임에겐 이해가 가는 말입니다. 🥲

끔찍한 부담이라는 게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하는 걸까요. 금전적인 부분? 혹은 육아의 육체적 부담? 한 명의 인간을 키워낸다는 심리적 부담?

 

이 모든 게 영화 '로스트 도터'에 실려 있습니다. 그럼 영화 공식 소개부터 보고 갈까요?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는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를 보고 단번에 시선을 빼앗긴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갑자기 니나의 딸이 사라지고 레다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영화 로스트 도터 포스터

* 해당 리뷰에는 영화 '로스트 도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딸을 잃은 이야기가 맞을까?

 

영화는 과거와 현실을 교차하며 보여줍니다. 젊은 레다는 제시 바클리가, 나이 든 레다는 올리비아 콜먼이 연기합니다. 나이 든 레다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홀로 여행을 왔습니다. 그곳의 주민들은 그녀에게 친절합니다. 한낮의 태양과 바닷가 등이 안식을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그날 밤, 매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바다의 등대가 방 안을 훤히 비추는 바람에 깊은 잠을 청하지 못합니다.

 

다음 날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동네의 유지로 보이는 대가족(사돈의 팔촌까지 다 모인 것 같은 인원)이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그 지역의 별장을 찾은 것입니다. 바닷가는 마치 그들만을 위한 장소처럼 변해버립니다. 생일 파티를 해야겠으니 케이크 한 조각을 주며 비켜달라는 말도 서슴지 않죠. 레다는 그 제안을 거절함과 동시에 해당 가족들에게 찍히고 맙니다.

 

이때 레다의 시선을 끄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웬종일 어린 딸에게 붙잡혀 있는 니나(다코다 존슨)입니다. 젊고 아름다운 이 여성은 대체로 아이에게 너무나 좋은 엄마이고, 때때로 짜증을 참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인 게 눈에 들어오죠.

 

이 장면을 본 순간부터 레다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립니다. 두 아이에게 붙들린 채 육아에 시달려 자신의 연구는 할 수 없는데, 남편은 자신의 일 때문에 원래 아이를 돌보기로 한 일요일에도 계속 전화기를 붙잡고만 있죠.

 

지쳐있는 젊은 레다의 얼굴에서 니나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지는 상실감

 

영화가 레다의 과거를 보여줄 때마다 우리는 의문을 가집니다. 두 딸을 모두 잃었을까? 아, 한 명은 있네. 그럼 남은 한 명? 어쩌다가? 유괴? 자살? 병?

 

로스트 도터는 마치 우리의 머릿속을 예상하듯 그건 아니야! 라고 말해줍니다. 대신 다른 의문을 또 남기죠. 그렇게 드러난 레다의 과거와 그녀의 성격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이 맥거핀임을 눈치챕니다. 레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감과 동시에 씁쓸함이 입안에 가득 남죠.

 

그럼 니나 역시 그저 과거의 레다를 떠올리게 하기 위한 장치일 뿐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니나의 곁에는 거부인 시댁과 남편이 있죠. 그녀를 너무 사랑한다는 그 남편은 조금 폭력적으로 보입니다. 딸을 사랑한다곤 하지만 늘 가족들과 술을 마시고 있죠. 그럼 아이는 누구의 몫일까요? 니나의 몫입니다.

 

니나가 육아로 힘들어한다는 걸 알지만 이 수많은 가족들은 잠시 아이를 돌봐주는 것뿐입니다. 오히려 그녀의 남편을 위해 시시각각 니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구속합니다. 이걸 지켜보는 레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니나가 힘든 건 알지만 그래서, 뭐? 의 태도랄까요.

 

같은 아픔을 공유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입니다. 좀 더 나은 방향을 찾아주려곤 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비슷한 상실감이 계속 이어지는 걸 니나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들이 잃은 것, 우리가 잃어가는 것

 

포스터에도 나와있듯, 영화는 아름답지 않고 희생하지 않는 엄마에 대해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영화를 보며 때에 따라선 진짜 저렇게 미쳐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빽빽 울고, 엄마는 열심히 달래보지만 울음은 그치지 않고, 사람들은 흘깃거리고. 과거든 현재든, 외국이든 한국이든 크게 다르지도 않죠.

 

아이가 큰 뒤, 나이 든 레다는 도망치듯 홀로 훌쩍 여행을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누가 그녀에게 뭐라할까요? 그 안에서 과거를 자꾸만 곱씹는 건 레다뿐인걸요.

 

그렇게 도착한 여행지에서 레다는 등대의 불빛, 거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안하무인인 아이들과 그 가족 등등 그녀가 컨트롤할 수 없는 환경에 휩싸입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레다 주위엔 너무도 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다만 카메라는 그녀의 자식들이 내는 소리가 이런 소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아무리 자식이라 한들 어쩔 수 없는 거야, 라면서요.

 

 

제겐 많은 생각을 남긴 영화였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키워낸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 하는 발버둥. 아이를 몇을 키운다 한들 인간이 저 조건에서 과연 완벽한 균형을 알게 되는 날이 올까요?

 

이 포스팅에 올린 내용보다 더 많은 이야기, 나름의 반전 등을 꼭 영화 관람으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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