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후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존엄사를 다룬 영화, 다 잘된 거야
오늘은 영화를 한 편 보고 왔습니다. 프랑수와 오종 감독의 이 영화는 존엄사를 받아들이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존엄사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소피 마르소가 나온다는 정보만 접하고 시간이 되는 때에 예매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이렇게 쉬는 시간이 줘야 제 머리도 굴러가는 법 아니겠습니까 ㅎ.ㅎ
우선 영화 정보부터 볼까요?
갑자기 쓰러진 아빠 ‘앙드레’로부터 자신의 죽음을 도와 달라고 부탁받은 딸 ‘엠마뉘엘’. 끝을 선택하고 시작된 조금 다른 작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품위 있는 마스터피스
위의 내용에서 말하듯, 아버지인 앙드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다급한 연락에 엠마뉘엘이 병원으로 향하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딸 엠마뉘엘은 병원에서 자매인 파스칼과 만나 아버지의 상태에 대해서 듣죠. 오른쪽이 마비된 아버지의 요양과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옮긴 병실에서 앙드레는 엠마뉘엘을 붙잡고 말합니다. '끝내고 싶으니 도와다오'
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영화는 단순히 이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존엄사를 준비하는 과정만 보여주진 않습니다. 아주 단편적으로, 과거의 편린을 통해 이들이 경제적으론 풍요로웠지만 그 이면엔 많은 아픔을 안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앙드레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순간'을 상정했을지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내 수족을 마음껏 움직이지 못할 때, 그게 하필이면 이런 고난을 견디고 이겨내기 더는 어려운 나이일 때. 그 여러 겹의 조건문이 다 맞아들기가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럼에도 그런 때가 오고 맙니다.
앙드레는 딸들 앞에서 변호사와 함께 유산을 나누는 서류 등에 사인합니다. 그리고 딸들에게 주기적으로 존엄사에 대해 말합니다. 자신의 의지가 끊기지 않았으니 알아봐달라는 압박이지요.
그렇게 약속한 날이 다가옵니다.
가족의 죽을 준비를 바라본다는 것
아버지인 앙드레는 원하던 형태의 죽음을 위해서 준비한다지만 그 이야기를 갑작스레 접해야 했던 두 딸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앙드레의 마음만큼이나 딸, 엠마뉘엘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됩니다.
특히나 우린 또 유교와 성리학의 자식들 아니겠습니까. 😂😂 부모님이 먼저 연명치료 거부신청을 하셨더라도 그것을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죄 짓는 기분을 느끼는게 자식들이지요.
그런데 죽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떠나겠다는 아버지가 절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하나씩 준비는 하지만 마지막까지 아버지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율배반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평생 그 부모를 겪은 자식들만큼 그들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은 없겠죠. 좀 더 생각해보자는 말 따위로 그 의지를 꺾을 수 없으니 준비하면서도 생각이 자연스레 바뀌길 바랄 뿐이죠.
그래서 마지막엔 어떻게 됐을까요?
복잡다단한 인간의 삶
죽음 앞에서 사람이 대체 얼마나 초연해질 수 있을까요?
아마 사람마다 크게 다르겠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제게 소중한 사람들의 끝과 제 끝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삶에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일은 누구에게든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죠. 언젠가는 올 일이기도 하고요.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늘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재난이라 생각해왔거든요. 재난 앞에서 한낱 인간이 뭘 할 수 있을까요. 체념하는 거죠. 이건 받아들이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다만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많이 변한 요즘, 탄생을 내가 결정 지을 순 없지만 적어도 죽는 순간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길 바라는 게 완전히 잘못된 태도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앙드레가 존엄사의 비용을 딸에게 묻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요 ^.^;; 앙드레는 그때 이렇게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떡해야 하지?' 그리고 엠마뉘엘은 이렇게 답하죠. 죽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요.
살아온 삶 내내의 존엄은 내 선택으로 지켜낸다 하지만, 죽는 순간의 존엄은 대체 어떻게 지켜야 하는 걸까요?
보는 내내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습니다. 그럼에도 꼭 한 번은 볼만 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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