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12 김장이라는 집안 대 이벤트를 앞두고 10월 중순부터 각 집안 어머님들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하나 있다.바로 김장. 물론 요즘은 김치를 많이들 사먹는다지만 아직도 김장을 해먹는 집도 많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터넷에서 배추 한 포기에 2만 2천원에 파는 걸 봤다는 사진이 올라온 후로 뉴스까지 타면서 어머님들의 시름이 깊어졌다.차츰 내려갈 걸 알지만 유통업자들이 작정하고 장난치면 그 하락 폭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고, 배추가 오르면 그 안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들도 비싸지는 건 당연하니까. 그때쯤부터 우리 집도 배추값이 얼마나 떨어질까 얘기했던 것 같다.우린 항상 남들보다 2주 정도 늦게 김장을 하는데 올해는 그렇게까지 늦게 하면 안 될 거 같단 결론을 내렸다.그래서 절임 배추는 어떡할 것인가. 이또한 큰 문제다.믿을 만한 곳이 아니.. 2024. 11. 27. 여러분도 피크민 하시나요? 근래에 각종 커뮤니티에서 퍼진 게임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피크민.닌텐도 사의 게임으로 마치 포켓몬GO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임이다. 출시한 지도 꽤 되었는데 맹하지만 그게 또 귀여운 피크민들의 모션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제야 한국에도 붐이 온 듯했다.나도 모르고 있다가 친구가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걷기와 뛰기, 등산이 취미가 되어버린 내게 이렇게 딱 맞는 게임이 또 있겠나. 미친듯이 꽃을 심고 모종을 구하러 다니고. 피크민들이 열심히 버섯 패서 아이템을 얻어오게끔 정수도 먹여가던 그 때. 드디어 이 땅에도 피크민 붐이 일었다. 맙소사, 특별한 정수를 얻을 수 있는 버섯을 패야 하는데 내 자리가 나질 않는다. 입소문을 타기 바로 직전에 게임을 깔았던 나는 초반엔 원하는 버섯.. 2024. 11. 22. 기술이 있어도 먹고살기 힘들긴 마찬가지 오늘 몇 달만에 머리를 다듬으러 단골 미용실에 갔다.솜씨가 좋고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동네 미용실은 누가 봐도 세련된 '헤어샵'과는 거리가 멀다.거짓말 한 톨 보태지 않고, 단골로 다닌 지난 몇 년동안 내 또래의 손님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그럼에도 여길 가는 이유는 단지 가격 때문이 아니다. 대학 입학을 며칠 앞두고 펌을 하러 미용실에 갔을 때였다. 난 머리카락이 얇고 힘이 없어서 축축 처지는 편이다.아마 미용사들도 만져보면서 바로 알았을 것이다.특히나 지금과는 달리 그땐 고등학생 땐 기껏해봐야 매직 몇 번 밖에 안 해봤으니 크게 상할 리도 없었고.미용사들은 내게 세팅펌을 권했고, 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중 제법 큰 돈을 지불했다. 12만원이었나, 14만원이었나.하지만 머리는 채 2.. 2024. 11. 20. 마지막으로 편지를 써본 게 언제인가요? 11월 중순이 지난 지금, 친구와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갔다가 벌써 크리스마스 엽서가 판매대에 놓인 걸 발견했다.반짝이 글로스가 붙은 화려한 엽서부터 잔잔하지만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일러스트가 크게 들어간 엽서까지.다양한 엽서를 구경하다가 몇 장 골라볼까 싶어서 마음에 드는 걸 쥐어봤다. 그러다 문득, 이걸 누구에게 쓰면 좋을까 고민에 빠졌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동창들, 일로 만났지만 친해진 사람들, 취미 생활을 하다가 가까워진 친구들.받으면 분명 기뻐할 것 같은 사람들 몇몇의 얼굴이 머릿속에 지나갔다.엽서 쓸 때 생각나는 얼굴이 많은 걸 보니 헛살진 않았다 싶기도 하고. 함께 구경하던 친구가 나한테도 써줄거야, 라고 물었다. 나는 봐서, 라고 장난스럽게 대답했지만 당연히 그의 것도 있었다.다른 .. 2024. 11. 18. 매일 글 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매번 티스토리 이번엔 뭐라도 올려야지, 꾸준하게 해봐야지, 기록해둬야지, 속으론 몇 번이고 다짐해놓고 안 하길 몇 년.오블완 챌린지에도 도전할 겸 매일 글을 쓰는데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일단 매일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하루는 일기 겸 주저리를, 다른 하루는 후기를 쓰고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처음에 분명 뭐쓰나 고민하게 될 내 미래가 보이는 듯해 일기를 이틀에 한 번씩 끼워넣었는데 그랬음에도 이렇게 할 말이 없다니!매일 특별한 일상을 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우린 매일 뭐든 생각하며 사니까. 그 조각들을 모으다 보면 일기 거리가 될 거라고 믿었는데 어라라. 나 이렇게 생각없이 살아왔나 😂😂 정해진 분량의 일을 하고, 다음 주는 무슨 일을 어디까지 해놓고, 어디에 메일을 보내고, 파일을.. 2024. 11. 16. 갑자기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 난 이따금 하던 일을 멈추고 삶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한다.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러겠지.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어느 날엔 힘들다고 좀 징징거리고 또 어떤 날엔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하며 산다. 그러다 어느 날, 지금 난 맞는 길로 가는 게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밝힌 적은 없지만 회사도 다녀보고 이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그 분야를 좀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느낀 거다. 이 일에 비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더라. 그냥저냥... 못하는 것도 아닌데 썩 잘하는 것도 아닌 상태가 지속됐는데 차마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 붙잡고 있었다.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건 아니고 비슷한 결의 일이지만 새롭게 배워야 할 게 많.. 2024. 11. 10. 오늘부터 내 취미는 등산 안녕하세요. 바다라임입니다.좋은 하루 보내고들 계신가요? 저는 요즘 취미가 생겼습니다. 놀랍게도 그건 바로 등산. 취미라고 하기엔 허들이 너무 높은 걸 잡은 게 아니냐 할만한 분야죠. 하지만 제가 다니는 산의 높이는 고작 200m,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바로 뒤에 있는 낮은 산이랍니다. 원래는 산책로가 아주 잘 꾸며진 하천변을 따라서 아주 빠르게 걷는 운동을 했습니다. 걷기 운동 치고는 심박수가 꽤 높게 오를 정도로 빠르게 말이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새벽 6시에도 28도가 넘는 기온 속에서 저는 걷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가족이 입원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기도 했고요. 날씨가 시원해졌을 때부터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젊은 나이는 아니라지만 벌써부터 30분이상 빠르게 걸으며 피가 도니 .. 2024. 11. 8. 그렇게 따지면 : 정말 제대로 따진 거 맞아? 따지다 : 문제가 되는 일을 상대에게 캐묻고 분명한 답을 요구하다. 인간관계를 망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수많은 방법 중 아마 가장 시간을 덜 들이고―어쩌면 부지불식간에― 효율적으로 아작 낼 수 있는 건 바로 말로 망치는 것 아닐까. 얼마 전, 여럿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지인이 아쉬움을 토로한 일이 있었다. 속에 쌓아두는 것보단 이렇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야기한다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 내용에 모두가 동의한다면 말이다. 누군가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를 한 것도, 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린 것도 아니었다. 아주 작은 일. 그거 하나만 좀 고쳐줄 수 없겠냐는 게 대화 내용이었다.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섬세하지 못했다.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대화를 갈무리 지었다... 2024. 1. 27. 안 봐도 그만인데 안 보면 안 되겠더라고요 - 영화 러닝 타임 안에 하고 싶은 말은 반의 반만 담아도 되니까 좋잖아요 한때는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일이 참 흔했다. 영화값이 지금보다 훨씬 쌌을 때의 이야기다. 두 시간 정도를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서 15000원을 내 취향에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를 영화에 쓰는 것보단 커피나 차, 디저트에 쓰는 게 훨씬 낫다고 여겨지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난 버릇처럼 극장으로 향한다. 영화를 보는 건 내 얼마 안 되는 취미 생활 중 하나니까. 영화 보는 게 취미가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영화 보는 게 일상과도 같은 사람들을 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 온 경우가 많던데 나는 아니었다. 난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막판에 보러 가거나, 명절에 TV에서 해주는 명화극장을 보고 마는 쪽이었다. 그런 내가 .. 2024. 1. 25. 커피 없이는 못 살아 가족들에게 커피 타주던 꼬맹이가 뜨아메 없인 못 사는 낡은이가 될 줄이야 어렸을 때 가족들은 종종 내게 작은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달달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을 때면 인스턴트 커피를 타다 달라는 게 심부름의 내용이다. 한 잔씩 타다 드리고 나면 내 손엔 500원의 용돈이 주어졌다. 그 어린 날에 500원은 정말 큰 돈이었기에 난 가끔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라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아마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져 굳이 마실 필요 없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신 적도 있을 것이다. 심부름을 하다 보면 한 번씩 이 커피는 무슨 맛일까 궁금해졌다. 어린 아이는 커피 마시는 거 아니라던 어른들의 말 때문에 보는 사람이 없어도 몰래 한 모금 마셔볼 생각조차 못했다. 그러다 용기를 내서 티스푼으로 따뜻한 커피를 아.. 2024. 1. 24.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