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다라임입니다.
글을 올리는 지금은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지를 풀고 있겠죠? 부디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수능을 하루 앞둔 어제, 저는 압구정 CGV에서 영화 '연소일기'를 보고 왔습니다.
보고 난 감상은 하나였습니다. 수능을 볼 사람, 수능을 본 사람, 수능을 보지 않은 사람, 수험생 자녀를 둔 사람, 수험생 자녀를 두지 않은 사람, 모두가 봐야만 하는 영화라는 생각을 집에 오는 내내 했답니다. 그럼 '연소일기'의 소개부터 보실까요?
결코 한국보다 덜하지 않은 교육열
홍콩이라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중국과는 다르게 영국의 영향을 받은 땅과 영어가 자연스럽게 섞인 대화, 수많은 홍콩 영화가 생각나는데요. 그와 더불어서 하나 더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바로 중국 본토 못지 않은 교육열이죠. 영화 속 주인공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면 폭력도 마다않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차남보다 피아노도 못 치고, 공부도 못하는 장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밟아버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 장남의 나이가 몇 살이냐고요? 고작 열 살입니다. 열 살 아이는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하죠.
조각난 기억이 평생 갈 때도 있다.
늘 차별받는 장남에게도 꿈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피아노 레슨 담당 천 선생님처럼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 장남은 열심히 노력합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열 살 아이의 노력이 단 며칠, 몇 달만에 드러날까요? 시간을 좀 더 길게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그의 부모는 그래줄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리는 것처럼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는 중, 장남은 동생인 차남과 함께 아주 작고 소소한 일탈을 합니다. 성적에 따라 용돈까지 차별받고 있었기에 자신에겐 없는 돈을 가진 차남이 보드 게임을 사고, 높은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서 소리도 질러보고.
그리고 이 기억은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가시처럼 박히죠.
왜 소년일기가 아니라 연소일기일까
어떤 시점을 넘어가게 되는 순간부터 이 영화의 제목을 이해하게 됩니다.
일기를 남긴 사람과 그걸 읽는 사람의 시점이 엇갈리면서 유년기의 기억이 우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붙잡는지도 가늠도 해보고요.
종종 사람들은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와 같은 기억을 안고 버티는 이들에게 '이제 그만 그때를 훌훌 털어버리라'고 말합니다. 그게 위로라 생각하면서요.
그게 말처럼 쉬운 거였다면 정신과에 찾아가는 사람이 반은 줄었을 겁니다.
생각이 국수 가락처럼 작두질로 잘리는 거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습니까.
한 번 시작된 안 좋은 일에 관한 반추는 좀처럼 끊어내기 어렵고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기에 병인 거고요.
그러고 보면 마음의 병이라는 말도 참 이상합니다. 병은 그냥 병일 뿐인데 말이죠. 비유를 써먹을 필요도 없이. '연소일기'를 보고 나니 참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시간 되신다면 꼭 극장에서 이 영화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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