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다라임입니다.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던 더위가 무색하게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네요.
조금은 소슬한 바람을 맞으며 10월 말에는 영화를 두 편 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그 중 '최소한의 선의' 후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삼신할머니, 내비 잘못 보셨어요
고등학교 교사인 '희연'(장윤주 역)은 줄곧 여고의 고3 담임을 맡아왔던 사람입니다. 방학식날 학생들이 손수 사온 꽃다발을 받으며 시작하는 장면은 그녀가 어떤 교사였는지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줍니다. 하지만 난임으로 고생 중이기에 이번엔 고1의 담임을 맡죠. 거기다 동료 교사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싶지 않았는지 한약 먹는 건 대충 둘러대기도 합니다. 이건 아마 교사라는 것보단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러겠지만요.
큰 스트레를 참아가며 고1 담임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때, 교내에 소문이 돕니다. 누군가 임신을 한 채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아뿔싸, 그게 하필이면 희연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 '유미'(최수인 역)인 겁니다. 희연은 교칙에 맞춰 의무적으로 이 일을 해결하려 하죠.
현대사회의 학생들의 삶을 전혀 담지 못하는 교칙
퇴학보다는 자퇴가 낫다. 희연이 유미의 아버지와 유미를 설득할 때 쓴 말입니다. 그런데 왜 자퇴를 해야 하는 걸까요? 학업 분위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임신한 학생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교칙 때문입니다. 아마 이 교칙은 학교가 설립됐을 때 만들어졌겠죠.
그때도 지금도 아이를 가진 학생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며, 임신 사실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들 합니다. 그럼 이 학생들은 대체 어디서 현재 상황을 털어놓고 어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에 앞서서, 현재 고등학생들이 가지는 이성교제와 '연애 진도'가 과거의 것과는 얼마나 다를까요. 이에 대해 적확한 교육은 이뤄지고 있을까요? 어른인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이 조급하게 바뀔지라도
영화 '최소한의 선의'를 보다 보면 희연의 생각과 행동이 너무 조급하게 바뀌는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영화에선 시간이 꽤 많이 흘렀음을 자세하게 보여주지만 그걸 2시간이 조금 안 되는 러닝 타임동안 관객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일 테니까요.
아쉬움이 좀 남을 수 있지만 미성년자의 임신과 그 대처라는 주제를 잘 다루고 있단 생각을 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주제로 몇 달 전에 영화 '그 여름날의 거짓말' 봤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정말 최악이었거든요. 깊은 사유도 뭣도 없는 영화에 쓴 돈은 둘째치고 시간이 아까운 건 정말 오랜만이었죠.
이 영화는 너무 거친 세상을 알고 있는 어른의 눈에는 철 없어 보일지라도 제 선택에 책임을 지려 하는 고등학생 유미의 삶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최소한의 선의를 넘어선 손길들 덕분에 한없이 밝아보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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