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취학 아동이에요. 취한 아동 아니고요.
안녕하세요. 바다라임입니다. 오래간만에 시사회를 통해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보고 왔습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꽤 좋은 평이 많이 나온 영화였기에 꼭 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얼른 다녀왔어요. 일단 메인 예고편부터 함께 보실까요?
어떠신가요. 초등학생일 뿐인 주인공의 시선에 덧댄 판타지적 요소가 우리의 시선을 확 끌어당깁니다. 메인 예고편도 그렇고, 영화 내내 밝고 통통 튀는 음악이 우리의 귓가에서 절대 거슬리지 않는 소리를 내며 적절한 BGM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깝고 가슴이 아픈 순간에도요.
동춘(박나은 역)이는 부모님의 엄청난 푸쉬로 인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쉼없이 학원을 다닙니다. 우리가 아는 국영수, 이런 학원만 다닌다면 이렇게 말하지도 않겠죠. 예고편에서도 보셨듯 창의과학, 한국사, 미술 등등. 매일 짜여진 스케줄대로 학원을 다녀야 합니다. 이런 걸 대체 왜 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학 여행지에서 '그것'을 만나고 맙니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막걸리!
뽀글뽀글뽀그르르. 놀랍게도 이 막걸리는 발효하는 소리로 동춘이에게 계속 말을 겁니다. 동춘이의 귀엔 그게 분명 모스 부호인 거 같은데 당최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어라라, 마침 어머님이 학원을 또! 또 등록하십니다. 동춘이가 대학 입시 준비를 해야 할 즈음엔 서울대에 페르시아어 수시 전형이 생긴다나요? 그래서 페르시아어 수업을 들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 모스 부호의 정체가 페르시아어인 겁니다.
막걸리는 로또 1등도 아닌 4등 당첨 번호를 알려주곤, 그 뒤로 이것저것 계속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얼핏 보면 명령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것을 행할지는 동춘이의 선택이죠. 선택할 수 있으니 명령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동춘이가 이 모든 것을 행하는 동안 우리는 이야기 사이의 공백을 알게 됩니다. 어떤 부분은 직접적으로, 또 어떤 부분은 짐작으로. 막걸리가 모스부호로 말해주는 것들은 비현실적인 것도, 동춘이가 영원히 이루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막걸리가 발효하는 소리로 전하는 걸 듣던 동춘이는 그걸 끝까지 부모님께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요? 부모님은 동춘이가 하는 말을 믿어줄까요?
어이 없으시죠? 근데 제법 그럴싸해서 더 이상하잖아요.
막걸리가 알려줄거라는 영화 제목처럼, 이 영화는 막걸리의 등장과 함께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로또 4등도 알려주고, 앞으로 동춘이가 뭘 해야 할지도 제안하죠. 그걸 행하는 건 동춘이의 몫입니다. 안 할 수도 있긴 해요. 그럼에도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우리는 깊게 생각해 볼 이유가 있습니다. 동춘이의 삶을 관망하는 입장이니까요.
영화는 어설프게 너무 많은 걸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이용할 수 있는 트릭이나 서술법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죠. 우린 그것에 적당히 올라타서 순응하면 그만입니다. 너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그 날을 세워야 하는 건 영화의 서술 방법이 아니라 다른 곳이거든요. 적어도 제 생각은 그랬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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