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우승? 아니! 딱 한 골만 넣는 게 보고 싶어!
여기, 단 한 번의 승리- 가 아니라 한 골만 넣어봤으면 하는 축구 팀이 있습니다. 프로 리그가 아니라 아마추어 리그 소속 팀이 아니냐고요? 놀랍게도 이들은 바로 국가대표랍니다.
호주에게 31-0이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기록한 '아메리칸사모아' 국가 대표팀의 축구협회 회장은 마이클 론겐(마이클 패스밴더 역)에게 감독직을 제안하며 저렇게 말합니다. 제발 한 골만, 단지 한 골만 넣으면 된다고요. 영화 '넥스트 골 윈즈'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 평점
- 8.0 (2024.01.24 개봉)
- 감독
- 타이카 와이티티
- 출연
- 마이클 패스벤더, 오스카 카이틀리, 엘리자베스 모스, 데이빗 페인, 뷸라 콜, 윌 아넷
따뜻한 태양과 아름다운 바다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스포츠 특유의 악바리 근성, 상대할 선수의 화를 돋구는 것 등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더 좋은 방향이 있는데 어째서 굳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길로 가야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는 눈치죠. 이제 막 부임한 마이클 론겐 감독은 이런 선수들을 보며 속터져 합니다.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대체 어떻게 골을 넣으란 건지 답답해하는 마이클 론겐 감독에게도 개인 사정은 있습니다. 피치 위에서 성질을 죽이지 못해 퇴장 당하길 수차례, 거기에 성적도 따라오질 않아 경질 당하길 몇 번. 축구 협회를 통해 아메리칸사모아로 밀려난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여기서 성과를 낸다 한들 그가 이전과 같은 감독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유의미한 성과가 대체 어느 정도일지, 그걸 할 수나 있을지 모든 게 막막하기만 하죠. 이런 근심과 고통을 숨길 생각도 없는 마이클 론겐을 지켜보던 축구협회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꼭 그가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를 돕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영화는 이 이야기의 속내를 슬그머니 보여주고요.
타이카 와이티티를 좋아하시나요?
조조래빗과 토르:라그나로크, 토르 : 러브 앤 썬더의 감독으로 익숙한 타이카 와이티티의 작품으로 아메리칸사모아 축구 국가 대표팀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입니다. 감독 특유의 유머가 잔뜩 묻어있어요. 전작들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 영화도 꽤 괜찮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스포츠 영화면서도 인생을 다루는 태도에 대해 가볍게 제안하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스포츠 영화라곤 볼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진 분도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해야만 해! 라고 외치지 않아요. 넌지시 물어보면서 유머를 곁들였는데 그게 마침 제 입맛에는 딱 맞았던 거죠. 그래서 전 완성도를 떠나 좋았고요. 무엇보다 이게 실화 기반이라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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