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후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희생으로 그린 사랑은 항상 아름답다
안녕하세요. 바다라임입니다. 꽃이 슬슬 피고 있는데 야속하게도 비가 내린 하루였네요.
봄 같지 않게 우중충한 날에 극장으로 발길을 이끄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국내 정식 개봉 전부터 호평을 많이 받은 '로봇 드림'입니다.
영화는 뉴욕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도그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홀로 게임을 하다가 레토르트 식품을 데워먹는 게 도그의 일상이죠. 티비 소리라도 있어야 외로움이 덜하기에 볼 게 없는데도 굳이 티비를 끄지 않습니다. 한참 채널을 돌리는데 그의 시선을 한번에 끈 광고가 등장하죠. 외로움을 달래줄 로봇을 구입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길로 도그는 고민 없이 로봇을 구매합니다. 손수 조립한 로봇은 '이렇게 잘 맞는 파트너가 또 있을까?'싶은 관계가 됩니다. 무엇이든 함께하면 행복이 두 배가 아니라 그 배의 배가 된다는 걸 실감하는 매일이 이어지죠. 그런 이들에게 염두에 둦지 못했던 난관이 닥칩니다.
행복에 눈이 멀어서 그랬어
로봇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아니, 그러질 못합니다. 정신은 멀쩡한데 사족이(로봇에게 이런 표현을 써도 될까요? 팔다리니까 괜찮겠지요. 아무튼.) 움직이질 않는 겁니다. 도그는 이런 로봇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애쓰지만 마음만으론 안 되는 일 투성이입니다. 로봇이 멈춘 곳은 바닷가이고, 여름이 지난 탓에 해변가는 출입 금지가 됐거든요.
로봇은 그 자리에서 도그를 기다립니다. 도그는 시청에서 법적 허가를 받으려 애써보기도 하고 법망을 뚫어보려고도 해봤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결국 그는 해변의 재개장일을 기다리기로 하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길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함께했던 시간이 행복했던만큼 로봇의 빈자리는 이전의 외로움보다 훨씬 크게 다가오죠.
도그와 로봇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전처럼 행복한 나날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만남과 그것을 이어간다는 것은
도그는 처음 만난 로봇과 많은 것을 하며 행복해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게 로봇에게 해선 안 되는 일이었음을 나중에서야 깨닫죠. 로봇은 도그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의 몸이 얼마나 약한지 잘 모른 채로 손을 꽉 잡아 아파하는 걸 봅니다. 그러곤 나중엔 손가락 끝을 살짝 감죠. 처음 만나서 함께한다는 건 이렇듯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엔 누구든 실수할 수 있죠. 이들은 그 실수가 너무 큰데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거고요. 하지만 한편으론 그 '타이밍'이란 게 인연을 만들어가는 데에 많은 영향을 끼친단 점에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어째서 영화 제목이 도그와 로봇의 드림이 아닌 '로봇 드림'일까 고민해봤습니다. 영화에선 내내 도그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외로움을 달래보려 애쓰지만 생각처럼 잘 안 될 때가 많고 무엇을 하든 늘 마음 한 구석에 로봇을 담고 살아갑니다. 반면 로봇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내내 많은 꿈을 꿉니다. 가장 꿈이었으면 하는 순간은 현실이고, 이게 현실이었으면 하는 순간들은 모두 꿈인 걸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쓰렸어요. 다 보고 나니 그래서 로봇 드림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사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생각할 거리가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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