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물건을 사야 할 때 어떻게 구매하시나요? 후기를 찾아보는 것은 물론이고, 유튜브를 통해 영상만 찾아보는 게 아니라 내돈내산 블로그나 직접 구매한 이들에게 물어보기도 하죠. 고가일수록 찾아보는 정보는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집니다. 이게 나은가, 조금만 더 보태서 상위 버전을 살까, 그럼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나. 어차피 답도 내리지 못할 질문만 이어지고 스트레스는 깊어집니다.
저는 고가의 가전 제품, 전자기기 등이 아닌 이상 그리 많은 리뷰를 찾아보는 편은 아닙니다. 특정 제품군은 잘 만든다고 소문난 기업의 제품을 사면 중간 이상은 간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저렴한 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이 딱 들어맞을 때가 많으니 지나치게 싼 것도 피하는 편이고요.
그러다가 얼마 전, 새해 기본 코스 중 하나인 다이어리를 구매하러 핫트랙스에 갔습니다. 간 김에 펜도 두어 자루 사려 했어요. 오래 걸릴 줄 알았던 다이어리 고르기는 금방 끝났습니다. 사실 원하는 게 명확했기 때문에 고르기 쉬웠어요. 문제는 펜이었습니다.
적게는 몇 백원, 적당한 거 산다 해도 몇 천원에 불과한게 펜인데 수많은 제품들을 앞에 두고 테스터로 죽죽 그어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원래 수성펜은 싫어하고 어지간하면 볼펜을 많이 쓰는 편이라 금방 고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문구류에 관심 없더라도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제품들을 골라 계산하고 보니 다이어리보다 펜 값이 더 나왔더라구요. 거기까지도 오케이. 좋은 펜은 이보다도 훨씬 비싸니까 세 자루에 이 정도 가격이면 납득 못 할 정도는 아니다 했는데.
와서 다이어리를 쓰기 전 메모지에 한 번 써봤는데 샀을 때의 그립감이나 펜촉의 느낌이 제가 생각한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설마 세 개 다 마음에 안 들겠냐 싶었는데 이번에도 설마가 사람 발목을 잡았네요. 이번에 산 볼펜들이 유독 안 맞더라고요. 그 정도가 뭐가 문제냐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컴퓨터로 뭔가를 적기 전엔 꼭 노트에 한 번 정리하고 적거든요. 이렇게 간단하게 늘어놓는 글은 아니지만요 ^.^;; 그래서 필기감을 따지는 편이라, 이번 펜 소비는 망했구나 하며 가족들에게 펜을 나눠줬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다이소에 갔다가 펜 코너에 갔습니다. 꽤 유명한 초저점도 중성펜 옆에 아무 무늬도 없고 깔끔하게 생긴 '초저점도 단색 유성볼펜'이 있더라구요. 천 원에 무려 네 자루. 급할 때 쓰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볼펜을 사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니들팁이 적용된 건 알고 있었지만, 펜 심과 본체 사이에 유격도 없고 제가 딱 원하는 그립감과 필기감을 가진 펜인 거예요. 내가 뽑기 운이 좋았던 건가 싶어 네 자루 모두 확인해봤는데 다들 유격은 없었어요.
그렇게 한참 고민하다가 사 온 세 자루의 나름 고급형 펜들은 같이 사는 가족들의 몫이 되었는데, 정작 별 기대 없이 산 네 자루에 천 원짜리 다이소 펜이 마음에 쏙 들 줄이야. 저렴한 게 비지떡이라고 구매 목록에서 항상 제외하던 버릇을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펜 한 자루 사는 것도 참 쉽지가 않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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