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해가지 못한 코로나 투병기
온가족이 코로나에 걸린 가운데 운 좋게도 저만 안 걸렸다고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저라도 멀쩡한 덕분에 가족들을 돌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죠.
하지만 결국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민족 대명절 설날 다음날에 말이죠.
열은 39.6도까지 올라갔고, 이런 날에도 구급대원 분들은 쉬지 않고 와주셨습니다.
다만 근처에 격리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병실이 없어서 구급대원 분들도 난감해하셨어요.
가봤자 당장은 해열제 외에는 처방받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다음 날에 외래 진료를 가기로 했죠.
연휴라 여는 병원이 한 곳밖에 없었는데 가보니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환자는 엄청나게 많은데 죄다 코로나 아니면 유행 중인 독감 환자더라구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 모두 고생이셨어요.
하여튼 주사를 맞고 약을 지어왔는데 그날이 엄청 추운 날이었거든요. 그런데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열이 심했습니다.
목은 아직 붓지 않은 상태에서 안 들어가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고 약도 챙겨먹자 몸이 늘어져서 잠만 잤네요. 그런데 어째 열도 떨어지질 않고 목은 점점 심하게 붓기 시작했습니다.
더 심해지는 거야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는데 열이 떨어져봤자 38.5 정도라니, 온 가족이 걱정할 수밖에요.
지어온 약은 분명 해열제인데 아무래도 이상했습니다. 평소 감기가 어떤 식으로 오는 편이냐고 물어보셔서 몸살감기에 자주 걸린다 했는데 확실히 몸살기는 없었거든요.
고열과 목이 심하게 부은 게 문제인 채로 사흘 째가 됐습니다. 이때까지도 열은 내리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약화(藥禍 약물을 잘못 써서 생기는 증상)이 발생한 것 같았습니다.
부작용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까요? 몸살기는 잡아주는데 그 이외엔 약이 전혀 작용을 못하는 것 같았어요.
거기다 약이 너무 독해서 실시간으로 위가 상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보니까 위 보호제가 안 들어가 있더라구요ㅠ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병원에서 지어온 약을 끊고 아세트아미노펜만 먹었습니다.
그러자 몇 시간 후 열이 37.6 정도로 떨어지더라구요. 열이 떨어지자 목이 부은 증상은 좀 더 심해졌습니다.
이 날 피가 섞인 가래가 나왔고, 다시 저녁 식사 후엔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었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열은 거의 정상 수치로 떨어졌고 피 섞인 가래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열이 떨어지자 몸 상태는 급격히 좋아졌습니다. 닷새가 됐을 땐 목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전 다행히 후각이나 미각 등에 후유증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피로감이나 약으로 상한 위가 좀 문제이긴 합니다.
소화가 안 돼서 더부룩한 일은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평소보다 조금만 더 먹어도 소화가 안 되네요.
기운을 차리기 위해서 뭐라도 좀 더 먹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오히려 음식 생각이 안 들어서 큰일입니다.
게다가 약이 독했던 탓인지 간도 안 좋아진 느낌도 들고요. (아직 검진은 받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확실히 느껴진달까요.)
체중은 1.5kg정도 빠졌는데 체력은 엄청나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ㅠㅠ
그래도 브레인포그가 있진 않아서 일을 할 때 어려움은 없습니다만, 이 나이에 체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부디 아직 안 걸리신 분이 계시다면,
요즘 코로나는 초기와 달라서 증상이 약하다든가 심한 감기 정도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시면 안 된다는 당부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대신 걸렸다 생각하고 ㅠㅠ 모두 건강한 2023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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