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꿈 꾸는 게 사치인 현실
* 해당 시사회 후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바다라임입니다.
저는 지난 2월 2일, CGV를 통해 영화 '다음 소희'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영화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먹먹했습니다. 보고 난 뒤에도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내용이었어요.
우선 영화의 소개글 먼저 볼까요?
“나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
춤을 좋아하는 씩씩한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만난 적이 있다.
실화가 바탕이어선 안 되지만, 애석하게도
소개글에서 보듯 사무직이 됐다며 좋아하는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역)는 졸업 이전에 현장실습에 나가게 됩니다.
특성화고에선 취업률이 전부이기 때문에 담임은 친근하게 굴면서도 소희에게 몇 번이고 일 잘하고, 버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씩씩한 소희는 걱정말라며 담임이 내민 서류에 사인하죠.
하지만 직장은 소희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소희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가해지는 압박, 콜을 채워야만 하는 환경,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에게 방어전을 펼치다가 욕을 먹는 일상.
소희는 점점 말라갑니다. 삶이 버석해지는 게 관객인 우리의 눈에 들어오죠. 그런 소희와 스쳐 지나갈 정도로 가벼운 접점을 가졌던 유진(배두나 역)에게 시점이 옮겨가며 그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를 짚어갑니다.
이 영화는 2017년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현장 실습을 나간 고등학생이 콜을 채우지 못한 압박으로 인해 자살한, 너무도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것을 온전한 자살로 보는 게 맞을까요?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런 행위를 종용한 배경을 문제삼야아 하지 않나 싶어지는 사례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소희가 처한 현실을 비춰주며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줄곧 던집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과거의 어느 날이 떠올랐습니다.
대학생 시절에 잠시 모 기업의 CS콜센터에서 일을 했거든요. 아는 분의 소개로 방학 때에만 짧게 일하는 걸로 말을 해놓은 덕분에 심리적 부담은 덜했습니다. 동료 분들도 제가 대학생임을 알기에 친절하게 잘해주셨구요.
사실 CS가 많이 들어오는 업종도 아니라서 민원 전화가 많지도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 속 소희가 하는 일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 일자리였죠.
그렇게 하루하루 일하다가 딱 한 번. 한 민원인의 콜을 받았습니다. 통화는 약 40분간 이뤄졌고, 회의에 참석하셨던 팀장님이 돌아오시자마자 상황부터 파악하셨죠. 그러곤 급히 제 콜을 이어받아 해결하셨고요.
당시 민원인은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몰라서 제가 설명을 해도 실행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한들 해결할 수 없음을 아는데 제가 전화를 끊을 순 없으니 통화가 길게 이어졌고, 민원인이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피가 식는단 게 뭔지 느껴지더라구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겠지만, 전 화가 나거나 당황스러운 게 아니라 약간 짜증이 나있던 게 오히려 가라앉더라구요.
목소리도 한층 가라앉아서 아마 듣는 사람도 얘가 지금 나한테 짜증난 건가? 지가 뭔데? 싶었을 지도요. 생각해보니 저도 참 어렸던 것 같습니다. CS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었네요😂
쌍욕을 듣긴 했지만 소희 만큼 힘든 상황은 아니었는데도 며칠 동안 그 전화가 생각났습니다. 저도 그랬는데 하물며 저 어린 소희는 어땠을까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실화 바탕이라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여전히 대한민국 땅 위에선 어린 학생들이 현장 실습이라는 목적 하에 너무도 부당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뉴스에선 잊을만하면 너무 어린 친구들이 현장 실습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마음 아픈 기사를 전합니다.
부디 이런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기를,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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